멕시코 아카풀코 오픈 500 대회 결승 감상입니다. 일단 하이라이트 먼저..

경기가 재미있었습니다. 

감상을 한마디로 말하면 '참 지들처럼 친다..' 입니다.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ㅎㅎ 경기 보신 분들은 무슨말인지 아실듯.

1세트 초반에는 치치파스가 기세가 좋았습니다. 서로 간보면서 스트로크 싸움 하다가 치치파스가 드롭샷을 한번씩 떨구고 하면서 포인트를 잘 가져왔는데요. 즈베레프가 특유의 어이없는 실수를 좀 합니다. 즈베레프 스트로크도 탄탄하고 서브도 좋고 잘 하는게 종종 어이없는 실수 하잖아요. 일단 첫번째 서브 안들어가면 세컨서브를 완전 소녀서브로 넣는데, 거의 시속 110km 정도의 완전 느린 서브인데 그게 네트에 힘없이 걸리는 특유의 더블폴트가 있죠. 그게 경기 초반에 나오고, 그리고 또 천천히 날아오는 공을 스매싱을 헛스윙을 합니다. ㅋㅋ 쉬운 발리 실수도 몇개 하고 프레임맞고 나가는 홈런도 치고..하여튼 뭔가 여의치가 않습니다. 그래서 게임 스코어 4-1로 치치파스가 앞서갔는데요.

그런데 갑자기 치치파스가 체력이 좀 떨어졌는지 엄청 힘든 표정을 지으면서 스트로크 파워가 좀 약해진게 눈에 보이기 시작합니다. 즈베레프는 반대로 좀 정신을 차린 모양으로, 치치파스가 이번에는 언포스드 에러가 많아지면서 결국 더블폴트도 하고 4-4 동점이 되네요. 뭔가 둘다 잘 치면서도 종종 병맛 샷들이 나오는 게임 양상 ㅎ

치치파스가 공이 밀리거나 힘이 약해 억지로 팔힘으로 세게 치다가 컨트롤이 안돼 밖으로 나가는 등 어려움을 겪다가 결국 즈베레프가 6-4로 역전해 첫세트를 가져갔습니다.

2세트는 치치파스가 일단 겨우 홀드하긴 했는데 여전히 힘이 없는 모습이 지속됩니다. 그래도 어쨌든 힘들게 자기 게임을 지켜가면서 3-2 까지 만들어내긴 했네요. 즈베레프가 이와중에 또 스매시 실수, 소녀서브 더블폴트 등 특유의 플레이를 선보이며 쉽지가 않습니다.

이후의 몇게임은 둘다 언포스드 에러 몇개씩 하면서 무난하게 스트로크를 주고받아 4-4, 이때 치치파스가 자기 서브게임에서 15-40까지 밀린 상황에서 더블폴트로 브레이크 당해서 4-5가 됩니다.

이후 즈베레프의 서브게임, 이기면 우승인데 여기서 또 결정적인 소녀서브 더블폴트! 로 5-5가 되네요. 500대회니까 뭐 그런가보다 하지만 진짜 저 더블폴트는 해결이 안되나 봅니다. 연습을 안하는것은 아닐텐데, 다른선수한테는 잘 보기 힘든 100km짜리 세컨서브 폴트는 심리적인 요인이 큰건지..하여튼 이번 게임에서 많이 보네요.

하지만 여전히 즈베레프가 약간 우위를 보이는 상황, 이후 11번째 치치파스의 서브게임에서도 듀스를 주고받으며 여러번의 위기가 있었는데 결국 치치파스가 브레이크 포인트를 6개나 막아내면서 자기 게임을 가져옵니다. 그러나 마지막 게임에서 또다시 치치파스는 자기 특기인 포핸드 홈런을.....

결국 우여곡절 끝에 타이브레이크에 갔는데, 치치가 백핸드 홈런, 즈베레프가 포핸드 홈런 하나씩 주고받았고요. 그래도 즈베레프가 멋진 러닝 백핸드 다운더라인으로 패싱 위너로 분위기를 가져오고 결국 마지막 침착한 포핸드 패싱샷으로 우승을 가져옵니다.

게임은 재미있었습니다. 이름값에 걸맞는 플레이들도 보여줬고, 또 치치파스의 홈런이나 즈베레프의 소녀 더블폴트같은 자기들 특유의 해결이 안되는 플레이도 아낌없이 보여준 ㅋㅋ 리플레이로 조금씩 넘겨가면서 봤는데 실시간으로 봤으면 좀 속터졌을것 같네요. 어쨌든 낄낄거리면서 보긴 했습니다. 얘들아 오래오래 잘 하자.

시상식 보니 치치파스도 팬이 꽤 많아졌네요. 준우승인데도 치치파스 이름을 연호하는 팬들이 상당수 있었습니다. 즈베레프는 2019, 20년에는 250대회 우승밖에 없었는데 오랜만에 큰 부담없이 그래도 500 타이틀 하나를 획득했네요. 이제 한창 전성기로 접어드는 나이인데 마스터스랑 그랜드슬램에서도 좋은 성적 내기를 바랍니다.

두바이도 재미있었지만 어쨌든 몇년 전부터 챙겨보던 애들이 둘이 붙어서 아카풀코가 개인적으로는 더 재미있었네요. 이제 다음주는 올해 첫 마스터스인데, 재미있는 경기들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