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ld Roger  | 2021-03-11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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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타르 도하 오픈 2라운드 vs. 댄 에반스. 페더러의 405일만의 투어 복귀전입니다.

페더러는 이제 만 39세 7개월이죠. 안 그래도 나이도 많은데 작년에 무릎 수술 2번 하고 재활하느라 근육 힘도 다 빠졌을것같아 뭐 더이상 객관적으로 기대를 많이 할수는 없는 상황이죠. 머리로 그렇게 생각은 하면서도, 경기를 보긴 봐야겠는데 너무 안쓰러울것같아 참 마음 편하게 보질 못하겠더군요.

그래도 일단 봤습니다. 오늘 상대인 댄 에반스는 만 30세로 신체적으로는 전성기가 좀 지났겠지만 올해 처음으로 투어 대회 우승도 하는 등 요즘 컨디션이 괜찮아 보입니다. 페더러와의 상대전적은 0승 3패로 사실 페더러가 옛날같으면 걱정할 상대는 아니지만 오늘은 침착한 플레이가 좋더군요.

1세트는 한게임씩 주거니 받거니 브레이크 없이 흘러갔습니다. 경기초반 페더러가 아직 영점이 안 잡혔는지 평소같으면 간단히 처리할 발리를 실패하고, 백핸드가 프레임에 맞아 하늘에 뜨는 등 불안불안한 모습을 보였지만 어떻게든 자기 게임은 막아 내더군요. 다만 이제 정말 나이는 속일수 없는지 퍼스트서브 속도가 180~190km 정도로 많이 떨어지고, 좌우로 공을 쫓아가는 발도 눈에 띄게 느려져서 안타까웠습니다. 

1세트는 결국 타이브레이크까지 가서 결정되었는데, 타이브레이크의 황제인 페더러지만 예전 포스가 안나옵니다. 댄 에반스도 침착하게 멋진 패싱샷 위너를 날리고, 특히 7-6 페더러의 세트포인트에서 첫번째서브 폴트 후에 세컨서브 에이스를 날리기도 하면서 팽팽하게 경기를 끌어 갔습니다. 8-7 상황에서 페더러가 드라이브 발리로 끝낼 기회를 잡았는데 평소같으면 무난하게 처리할 샷을 네트에 처박으면서 허탈하게 웃는 장면을 보니 세월이 참 무상하다 싶었습니다. 그래도 결국은 날카로운 백핸드 크로스코트 패싱샷으로 10-8로 힘들게 첫번째 세트를 가져옵니다.

2세트는 잘 풀리지 않았습니다. 1세트에서 보이던 불안한 스트로크가 이어지면서 결국 에반스에게 초반에 브레이크를 내주며 4-1까지 밀렸고, 4-2에서 듀스를 만들어내며 기회를 잡는가 싶었지만 결국 브레이크를 해내지 못하고 6-3으로 무기력하게 세트를 내줍니다.

3세트는 페더러가 리스크를 감수하고 과감한 플레이를 펼칩니다. 스트로크에도 힘이 더 실리고, 네트로 더 많이 달려 나오면서 공격적 플레이를 가져갔습니다. 특유의 귀신같은 하프발리 샷이라든지 말도 안되는 각도의 크로스코트 패싱샷같은 페더러 특유의 플레이로 보는 재미가 있었네요. 스트로크 잘 하는 선수들은 많아도 이런 근접전에서의 볼터치는 정말 페더러가 최고입니다. 비슷하게 하는 선수조차 없는것 같습니다. 

다만 전반적으로는 페더러의 스트로크가 네트에 걸리거나 길거나 부정확한 샷들이 종종 있어서 결국 브레이크 없이 5-5까지 대등한 경기가 펼쳐졌습니다. 5-4 에반스 서브게임에서 페더러가 매치포인트를 한번 잡았지만 에반스의 과감한 서브 & 발리 포인트로 아쉽게 놓치고, 페더러는 자기 게임을 지켜 6-5가 된 상황. 타이브레이크까지 가겠거니 했는데 에반스가 마지막 게임을 더블폴트로 시작하며 다시 페더러에게 매치포인트 기회가 옵니다.

이번에는 놓치지 않고 페더러가 자기의 전매특허, 그림같은 백핸드 다운더라인 샷으로 위너를 꽂아 넣으면서 2시간 24분의 매치를 마무리합니다. 페더러도 이 샷이 마음에 들었는지 경기 후 인터뷰에서 백핸드 다운더라인으로 끝내서 기분이 좋았다고 얘기를 했죠.

 

정말 반가우면서도 마음 졸이면서 본 매치네요. 요즘 무관중으로 치러지는 경기들도 많아서 안타까운데, 그래도 도하 대회는 거리두기를 하면서 관중들을 입장시켜서 복귀전 승리를 팬들 앞에서 축하받을 수 있어서 다행이었습니다. 오늘 주심이 Mohamed Lahyani 였는데 이분은 아주 오래전 페더러 vs. 샘프라스 경기에서도 주심을 했던 분이죠. 이분이 불러주는 "Advantage, Federer", "Game, Federer" 소리가 오래간만에 들으니 그렇게 반가울수가 없더군요. 큰 경기는 아니지만 나름대로 페더러에게 의미가 있는 경기에서 다시 만나니 반가웠습니다.

이제 정말 서브도 느려지고 발도 느려져서 페더러 볼 날이 얼마 안남았구나 싶습니다. 오랜만의 경기라 그런지 순간적으로 망설이다가 쉽게 마무리할 수 있는 샷을 에반스 앞에 갖다주는 모습도 한두번 보이고 스트로크도 불안하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구석구석 찔러넣는 칼같은 서브 각도가 살아 있고 순간적으로 번뜩이는 네트플레이도 건재해서 아직은 조금 더 그런 플레이들을 보고싶군요.

사실 작년 호주오픈때도 존 밀맨, 테니스 샌드그렌이랑 혈투를 펼치는걸 보면서 이제 정말 너무 늙은거 아닌가 했었는데, 올해는 정말 페더러 이제 보내줘야지 하는 마음가짐으로 마음 비우고 경기들을 봐야될것 같습니다. 여튼 혹시라도 첫판부터 지고 쓸쓸하게 퇴장하면 어떡하나 했는데 한시름 놓았네요.

 

하이라이트 영상을 첨부해봅니다. 마지막 위너가 정말 멋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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