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테카를로 마스터스 8강 나달과 루블레프의 경기입니다.
루블레프가 요즘 아주 물이 올랐죠. 500대회 타이틀을 4개 연속 먹고, 지난 마이애미 마스터스도 준결승에 오르는등 기세가 좋습니다. 나이도 23세로 전성기에 접어드는 나이구요.
나달은 디미트로프와의 경기는 가볍게 정리하고 올라왔지만, 디미트로프 컨디션이 정상이 아니었던 영향도 있는것같고 나달도 힘을 다 쓸 필요가 없었어서 아직 경기력을 완전히 확인하기는 어려웠습니다. 사실 기대를 좀 했었는데 실망한 매치였죠. 하지만 오늘 경기는 기대한만큼 멋진 내용을 보여준 매치였습니다.
일단 첫 세트는 나달이 흔들리면서 시작합니다. 나달이 아직 영점이 잡히지 않은듯 샷이 불안하면서 더블폴트로 좀 허무하게 브레이크를 내주고 말았구요. 루블레프는 초장부터 스트로크의 코너웍이 좋았습니다. 하지만 나달도 이내 스트로크의 정확도가 높아지면서 4번째 게임에서 브레이크를 가져와 2:2 동점을 만들었구요.
5번째 게임에서는 브레이크 포인트에 몰린 상황에서 35구짜리 긴 랠리가 있었는데 오는 대로 족족 다 받아치는 나달의 방어에 결국 루블레프가 버티지 못하면서 겨우 세이브를 해냅니다. 하지만 나달이 이후 더블폴트를 2개나 더 하면서 결국 브레이크를 내주고 말았습니다.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더블폴트가 4개가 나와 발목을 잡았네요.
이후 루블레프의 게임은 무난히 루블레프가 가져가고, 7번째 게임에서 나달이 또 더블폴트로 브레이크 위기에 빠지더니 포핸드 언포스드 에러로 브레이크를 당하고 맙니다. 브레이크 당한게 1세트에 벌써 세번째가 되네요.
결국 1세트는 6:2로 루블레프의 승리로 끝납니다.
나달이 언포스드 에러도 많고 특히 중요 포인트에서 더블폴트를 5개나 한 것이 치명적이었네요.
2세트 역시 시작이 좋지 않았습니다. 나달의 6번째 더블폴트로 또 브레이크를 당하고, 그 다음 루블레프 게임도 루블레프가 지키면서 0:2가 되었는데요. 나달은 게임이 잘 풀리지 않자 짜증스럽게 공을 후려치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히기도 했네요.
나달이 그래도 정신을 더 집중하고 기어를 한단 더 올리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마음먹은대로 그렇게 되는게 아닐텐데 그래도 흙 나달이라 그런지 아직 그런게 가능하네요. 나달이 스트로크 한타 한타에 혼신의 힘을 쏟으면서, 정확도도 더 올라가기 시작해 자기 게임을 홀드해내는데 성공합니다. 이후 2:2 상황에서 5번째 게임이 또 힘들었습니다. 나달이 기어를 한층 올린 상황임에도 불구, 루블레프도 전혀 지지 않고 맞받아치는 양상으로 듀스를 4번이나 만들어냈는데요. 루블레프 스트로크가 빠르고 정확한데 그 중에서도 특히 바운드 후에 갑자기 방향 꺾어서 한박자 빠르게 치는 포핸드 샷이 정말 날카로운것 같습니다.
11분동안이나 진행된 나달의 게임에서 막판에 루블레프가 홈런과 네트 맞는 언포스드 에러를 연달아 하면서 결국 나달이 게임을 지킵니다.
이후에도 나달이 초 집중 모드로 치면서 3:4까지 만들었구요. 8번째 루블레프의 서브게임이 2세트에서는 분수령이 되었습니다. 듀스 후에 루블레프의 더블폴트로 나달이 어드밴티지를 잡았는데, 이후 랠리에서 루블레프가 아웃사이드 인으로 강하게 꺾은 포핸드를 나달이 가까스로 받아내고, 이걸 루블레프가 다시 스매시로 처리하는데 그걸 예측하고 있던 나달이 멋진 포핸드로 완전히 빈 공간에 꽂아 넣으면서 결국 브레이크에 성공해 게임을 4:4로 만듭니다.
2016 로마오픈에서 조코비치의 스매시를 앤디 머레이가 비슷한 곳에서 받아치면서 우승한 적이 있는데 그 샷이 생각나게 하는 멋진 샷이었네요. 아마 shot of the tournament 에 꼽기에도 손색이 없을 듯한 멋진 샷이었습니다.
이후 나달이 자기 게임을 홀드하고, 10번째 루블레프의 게임에서 루블레프가 집중한 나달의 샷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면서 순식간에 0:40 에 밀린후 브레이크를 내 주어 2세트는 나달이 승리했습니다.
하지만 나달이 집중력을 발휘하는것도 한계가 있었는지, 3세트에서는 나달이 힘에 부치는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루블레프는 전날 바티스타 아굿과 3세트 풀셋 게임을 하고 왔는데도 체력적으로는 전혀 문제가 없어 보이더군요. 젊은게 좋긴 좋아요.
3세트 첫게임 나달이 다시 불안하더니 와이드 쪽으로 빠지는 에러로 브레이크를 당하면서 시작합니다.
두번째 게임에서는 1세트에 이어 또다시 35구짜리 엄청나게 긴 랠리가 나왔는데, 이번에는 끝까지 버틴 루블레프가 나달의 언포스드 에러를 이끌어내면서 결국 승리합니다. 하지만 이후 이어진 포인트에서 루블레프가 에러를 연발하면서 나달이 다시 브레이크를 해내는데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이때가 마지막으로 힘을 낼 수 있었던 게임이었는지, 이후로 루블레프가 나달의 게임을 두번 연속 더 브레이크 하면서 게임 스코어가 1:5까지 밀려버리게 됩니다. 루블레프는 아직도 쌩쌩한데, 나달은 겨우겨우 막아내다가 에러를 내는 양상이 반복되었습니다. 6번째 게임에서는 루블레프 서브 속도가 214km까지 올라가면서 나달이 손을 쓰질 못하더군요. 루블레프에게 포인트를 따내려면 정말 구석에 정확하게 꽂지 않고는 힘들었습니다. 나달이 젊을때는 나달이 그런 위치였는데 세월이 무상한 느낌이 들더라구요.
결국 나달이 한게임 홀드를 해내긴 했지만 6:2로 루블레프가 3세트를 가져가면서 나달에게 처음으로 승리를 거둡니다.
오늘 경기는 지금까지 챙겨본 경기들 중에서 제일 재미있고 수준도 높은 경기였네요. 나달이 집중하면 아직도 무섭다는 것을 보여주긴 했지만, 한 해 한 해 지날수록 나이가 들어가는 것이 느껴지는것은 어쩔수 없네요. 반면 루블레프는 이제 완전히 절정기에 접어든 모습입니다.
결국 나달과 조코비치 모두 다소 빨리 탈락해서 아쉬움을 남기게 됐고, 전 우승자인 포니니도 탈락하게 돼서 이번 몬테카를로 마스터스에서도 새로운 챔피언이 탄생하게 되겠네요. 아마 치치파스와 루블레프 간의 대결이 될 공산이 커 보이는데 누가 첫 마스터스 타이틀을 따낼지 기대가 됩니다.
나달 vs. 루블레프 멋진 샷과 랠리 모음
몬테카를로 8강 하이라이트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