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애미 마스터스 결승이 끝났습니다. 이번 마이애미 마스터스는 빅3가 불참하고, 메드베데프와 치치파스, 루블레프 등 상위 랭커들도 떨어져 오래간만에 새로운 얼굴들로 결승전이 성사되었죠. 

오늘 경기는 시너의 우세를 예상했는데 예상과 반대로 후르카츠의 안정적인 경기운영이 돋보인 경기였네요. 후르카츠는 탄탄한 플레이어라고 생각은 했지만 마스터스를 딸 수 있을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는데 제가 과소평가한 모양입니다. 

1세트 초반부터 시너가 오늘은 서브가 영 좋지 않았습니다. 첫 3게임에서 퍼스트서브가 25%밖에 들어가지 않고 더블폴트도 1세트에서만 4개를 하는 등 잘 풀리지 않았는데, 후르카츠는 무난한 스트로크와 서브로 자기 게임을 지키고 시너의 첫 게임을 브레이크하면서 3-0으로 앞서갔습니다.

시너도 초반 이후 약간은 영점이 잡혔는지 예의 그 날카로운 스트로크로 공격을 해 나가면서 결국 한번 브레이크를 가져오는데 성공해서 경기를 원점으로 돌리긴 했습니다. 하지만 스트로크가 이전 몇 경기에서 보이던 것만큼 안정적이지는 못해서, 종종 와이드로 빠지는 등 언포스드 에러 숫자에서 후르카츠와 차이가 많이 나면서 불안불안한 양상이었습니다.

후르카츠도 많지는 않지만 언포스드 에러를 종종 범하면서 결국 게임이 5-5까지 이어졌습니다. 11번째 게임, 후르카츠의 서브게임에서 잡은 브레이크 기회를 시너가 놓치지 않고 다시 브레이크에 성공해 게임을 6-5로 뒤집었습니다. 아 시너 역시 저력 있구나 하고 감탄하고 있었는데 웬걸 바로 다음 자기 서브게임을 브레이크 당해서 결국 타이브레이크로 들어갑니다. 아쉬운 장면이었죠.

타이브레이크에서도 시너는 불안한 스트로크가 이어지면서 결국 후르카츠가 첫 세트를 가져갑니다.

2세트는 시너가 더 좋지 않았습니다. 서브는 여전히 잘 들어가지 않고, 스트로크가 점점 불안해지면서 강력하게 공격을 하지 못하고 안정적인 스트로크를 위해 파워를 줄여 플레이하는 양상이었는데, 이로 인해서 스트로크 싸움에서 우위를 점하지 못하고 포인트를 계속 뺏기는 양상이었죠. 결국 후르카츠가 브레이크를 2번 연달아 하면서 4-0까지 세트가 기울어집니다.

이제 끝인가 했는데 그래도 시너가 마지막 힘을 내서 스트로크에 힘을 좀 더 실어 보기로 한 모양인지, 중반 들어서는 다시 스트로크에 힘이 실리면서 한번 브레이크에 성공하면서 3게임을 연속 가져와 4-3을 만듭니다. 다음 후르카츠의 서브게임에서 약간의 위기가 있었지만 결국 안정적으로 스트로크를 이어간 후르카츠가 게임을 내주지 않고 5-3이 되었습니다. 스트로크 파워에서는 시너보다 약간 떨어지지만, 그래도 큰 무리 없이 구석구석 찌르는 정확한 스트로크에 시너가 고전하는 양상이었습니다.

이후로 시너가 자기 게임을 지켜 5-4가 되었지만, 마지막 게임에서 후르카츠가 침착하게 자기 게임을 지켜 나갑니다. 결국 슬라이스를 걸어 친 다운더라인 샷을 시너가 받아쳤는데 스핀을 완전히 죽이지 못해 살짝 와이드로 빠지면서 언포스드 에러로 게임이 마무리되고 후르카츠가 우승 트로피를 차지합니다.

후르카츠는 모든 능력치가 최상급은 아니지만 고르게 분포된 상당히 안정된 플레이어인것 같은데, 시너보다 그래도 몇년 더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첫 마스터스 파이널인데도 흥분하거나 긴장된 모습 없이 침착하게 자기 게임을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네요.

시너도 멘탈의 큰 기복은 없어 보여 오늘도 딱히 긴장하거나 한 모습은 아니었는데, 영 경기가 풀리지 않아 고개를 젓는 모습이 몇번 보였네요. 오늘 그냥 컨디션이 좋지 않았던 것이기를 바라는데, 특유의 날카롭고 경쾌한 스트로크로 이어가는 랠리를 별로 볼 수 없어 안타까웠습니다. 서브가 안 들어가고 스트로크도 자꾸 벗어나니 어떻게 할 수가 없더군요. 아직 어리니까 기회는 많이 있겠지만 하여튼 시너 쪽을 좀 더 응원하던 입장에서는 아쉬웠습니다.

이번 마이애미는 어떻게 보면 상위 랭커들의 불참으로 좀 김이 새기도 했지만, 또 새로운 어린 선수들의 좋은 플레이를 관심있게 볼 기회가 되어 좋았던 것 같습니다. 테니스가 재미있는 점은 꼭 최고 선수들이 아니더라도 수준이 비슷하면 나름 명경기들이 나온다는 점인데, 사실 빅3 말고 새로운 얼굴이 보고싶기도 하잖아요.

여튼 후르카츠에게는 잊을 수 없는 대회가 되었겠습니다. 시너도 첫 출전에 결승까지 갔으니 충분히 좋은 결과입니다만 결승전에서의 경기력은 좀 아쉬워 마무리가 깔끔하지 못한것이 옥의 티라고 할 수는 있겠습니다. 후르카츠는 이번 대회 결과로 커리어 처음으로 랭킹 20위 안에 들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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