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데이트가 하루 늦었네요. 어제 경기들 몇 경기 챙겨 봤는데 재미있는 경기들이었습니다.
하이라이트 먼저:
치치파스 vs. 가린
치치파스도 클레이에서 제법 잘 하죠. 아직 타이틀은 250 하나밖에 없지만 19년에는 마드리드에서 나달을 잡고 결승전까지 올라가기도 했고. 가린도 올해 클레이대회 우승도 있고 만만치는 않은 상대죠. 객관적으로는 치치파스보다는 한수 아래라고 봤습니다만 나름 치치파스의 공격을 열심히 잘 막더군요.
오늘 경기는 클레이코트 경기다운 긴 랠리가 이어지는 경기였습니다. 1세트 초반부터 한 게임에 10분씩 걸리면서 진을 뺍니다. 1세트 승부의 추는 8번째 게임에서 기울었습니다. 4:3 상황에서 가린의 서브게임이었는데, 무려 게임이 15분동안이나 이어지면서 여러번 듀스가 이어지다가 결국 치치파스가 브레이크를 해냅니다. 막판에는 긴 랠리 끝에 가린이 힘이 빠져서 스트로크가 안 되더군요. 치치파스의 스태미너의 승리였습니다.
5:3이 되고 휴식 없이 바로 이어진 치치파서의 다음 서브게임은 가린이 완전히 방전돼서 손을 못 쓰고 바로 6:3으로 1세트가 끝났습니다. 거의 1시간이 걸렸네요. 통계를 보여주는데 평균 서브게임 시간이 치치파스는 2분 45초, 가린은 6분 가량으로 가린이 힘겹게 자기 게임을 지켜내는 모양새였는데 한번의 브레이크가 컸네요.
2세트는 아직 체력 회복이 안 된 가린이 첫 게임부터 바로 브레이크를 당합니다. 그렇지만 가린도 아주 못한 것은 아니고, 조금씩 에너지가 회복됐는지 다시 맞불을 놓으면서 팽팽한 게임들을 가져갑니다. 2세트 역시 8번째 게임, 4:3 상황 치치파스의 서브게임에서 가린이 브레이크를 한번 성공해 내면서 4:4를 만들었습니다.
약간의 희망이 보이는 듯했는데, 아쉽게도 그 다음 게임을 바로 브레이크당하면서 5:4가 되고, 마지막 치치파스의 게임은 연속으로 멋진 포인트를 따내 치치파스가 가져가면서 2:0으로 치치파스가 승리합니다.
치치파스 오늘 스트로크는 좋더군요. 여전히 프레임 맞고 홈런은 좀 나왔지만 최근 본 경기들 중에서는 제일 정확도도 좋고 긴 랠리에도 파워가 떨어지지 않으면서 승리의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치치파스의 다음 상대는 스페인의 다비도비치 포키나 선수입니다.
조코비치 vs. 에반스
대 이변이 있었던 경기였네요. 현재 랭킹 33위인 댄 에반스는 올해 30세로, 이전까지 챌린저 투어에서 8회 우승을 한 경력이 있지만 ATP 투어에서는 타이틀이 없다가 올해 처음으로 멜버른 250 대회 타이틀을 땄었죠. 조코비치에게는 2라운드 야닉 시너보다 오히려 편한 상대라고 생각했는데, 꼭 그렇지만은 않았었나 봅니다.
조코비치가 첫 게임부터 몸이 풀리지 않은듯한 모습으로 좋지 않았는데, 더블폴트를 하는 등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더니 바로 첫 게임부터 브레이크를 당합니다. 뭐 조코비치가 한 게임 브레이크당한다고 문제가 생길 레벨은 아니지만, 두번째 게임에서도 계속 언포스드 에러를 하면서 정신을 못 차리는 모습이었네요. 2게임만에 언포스드 에러만 8개가 나왔습니다. 그리고서는 다음 조코비치의 서브게임마저 에반스가 브레이크 하면서 3:0 으로 에반스가 앞서게 됩니다.
에반스는 스트로크 파워는 딱히 장점이라고 할 수 없을만큼 평범한 스트로크를 보이는데, 집요한 백핸드 슬라이스로 방어를 하면서 한번씩 적절한 드롭샷을 떨구는 등 나름대로 본인만의 게임 운영 방식은 확립이 된것 같더군요. 조코비치는 계속 몸이 굳은듯한 모습으로, 평소같으면 잘 들어갈 백핸드 다운더라인 샷들이 와이드로 계속 빠지고 스트로크 자체도 힘이 없어 영 이상했습니다.
에반스는 약간의 위기가 있었지만 잘 넘기고 결국 1세트는 조코비치가 더블 브레이크를 극복하지 못하고 6:4로 내주게 됩니다.
2세트부터는 조코비치가 약간 정신을 차린듯 첫 에반스의 서브게임을 브레이크하면서 2:0 으로 앞서 나갑니다. 하지만 조코비치가 조금은 살아난 듯해도 여전히 평범한 포핸드 백핸드 샷들이 네트에 걸리면서 표정이 좋진 않았네요. 1세트는 해보다가 전략적으로 버린것인가? 싶었는데, 꼭 그런것은 아니었습니다.
일단 자기 게임 한번 더 홀드하면서 3:0으로 앞서나가긴 했는데, 게임 내용은 썩 좋진 않았습니다. 조코비치는 아예 힘을 좀 빼고 실수를 줄이기로 했는지 퍼스트서브도 170, 어떨때는 140km까지 속도를 확 떨구고 도사같은 테니스를 구사했는데요. 에반스가 그러는 사이 과감한 플레이로 조코비치의 서브게임을 브레이크하면서 3:3까지 따라잡습니다. 4:3 상황 8번째 게임에서 브레이크 위기에 몰렸지만 에반스가 멋진 inside-in, inside-out 포핸드 위너를 연속으로 때리면서 위기에서 벗어나고, 좋은 드롭샷으로 홀드를 해서 4:4를 만듭니다.
언포스드 에러 숫자에서 35:20 으로 조코비치의 게임 내용이 좋지 못한 가운데, 10번째 게임에서는 조코비치가 이번에는 브레이크를 꼭 하겠다는듯 집중력을 높인것 같았지만, 에반스도 끝까지 긴장을 풀지 않고 홀드해 5:5를 만듭니다. 타이브레이크로 가려나 했는데, 조코비치가 또 흔들리더니 더블폴트로 게임포인트를 내주면서 브레이크를 당하고 맙니다. 결국 조코비치가 브레이크에 실패하면서 에반스가 7:5로 2세트마저 가져가면서 승리를 확정지었습니다.
에반스로서는 커리어에서 가장 큰 승리가 되었네요. 경기 후 인터뷰에서도 세계 1위를 꺾은건 특별한 일이라며 아들 손자한테 두고두고 얘기해야겠다고 농담처럼 말하던데, 승리를 축하합니다. 사실 커리어에서 주로 하드나 잔디코트에서 많이 활약했고 클레이에서 큰 성과는 없었는데 이번 대회에서는 조코비치를 꺾고 3연승을 달리며 좋은 모습이네요. 다음 상대는 즈베레프를 꺾고 올라온 다비드 고팡입니다.
나달 vs. 디미트로프
사실 오늘 경기 중에는 이 경기를 제일 기대하고 있었는데 기대와는 정반대로 끝나버렸습니다. 나달과 디미트로프의 상대전적은 사실 나달이 13승 1패로 압도적이지만 그래도 이제 나달도 나이가 좀 있고 하니 디미트로프 정도 되면 나름 재미있는 경기가 되지 않을까 했는데요. 경기는 그냥 6-1 6-1로 완전히 일방적으로 나달이 싱겁게 이겼네요. 근데 나달이 뭘 딱히 잘했다기보다 디미트로프가 오늘은 완전히 맛이 갔더라구요. 제대로 따낸 포인트가 10포인트는 되나? 싶을 정도로 모든 샷이 다 불안해서..막판에는 디미가 너무 못하니까 오히려 나달의 리듬이 흔들려서 나달이 어색해하는 듯한 상황이 된것 같았습니다.
하여튼 뭐 별로 코멘트할 내용이 없는 졸전이었네요. 나달로서는 편하게 한 라운드 올라가게 됐습니다만 아쉬운 경기였네요. 나달은 다음 라운드 루블레프를 만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