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테니스는 ATP (Association of Tennis Professionals) 가 주관하고 있죠. ATP에서는 대회 관련 사안에 대해 토너먼트 주최측과 선수 간에 발언권을 50:50 으로 인정하고 있는데, 선수들이 느끼기는 뭔가 불합리한 점이 많았던 모양입니다. 자신들의 이해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고 있다고 생각한 선수들이 별도로 PTPA (Professional Tennis Players Association) 이라는 단체를 작년에 결성했습니다. 한글로 하면 프로 테니스 선수 협회 정도 되겠네요.
PTPA는 작년 US 오픈 직전에 노박 조코비치와 바섹 포스피실이 공동으로 설립한 단체인데요. 조코비치는 ATP 내의 선수위원회 회장이고 포스피실 역시 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해 왔지만, 현재 ATP의 의사 결정 구조 하에서는 선수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할 수 없다고 느껴 위원직을 사임하고 새로 단체를 만들기로 했다고 합니다.
PTPA의 목적은 ATP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고, ATP가 주관하는 토너먼트 규정, 상금 등 수익 공유에 관한 사항 및 기타 선수 복지에 관한 사항들에 대해 선수들의 의견을 직접 반영할 수 있는 기구로서 활동하려고 한다고 합니다.
테니스 선수들은 따로 협회나 노조등의 단체가 없어 ATP에 대항헤 선수 개개인이 자신의 의견을 표출하는데 한계가 있었다고 하는데, 본인들의 영향력이 훼손되니 ATP에서는 당연히 좋아할리 없지만 랭킹 1위 선수가 주도해서 설립한 만큼 나름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신생 단체이니만큼 아직 선수들 간에도 찬반 양론이 분분한 모양인데요. 밀로스 라오니치, 디에고 슈왈츠만 및 샘 퀘리 등은 PTPA를 적극 지지하는 입장이고, 알렉산더 즈베레프나 펠릭스 오제 알리아심도 PTPA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합니다.
반면 라파엘 나달, 로저 페더러는 선수들의 권익을 보호하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코로나 등으로 인해 모든것이 불확실한 현재와 같은 시기에 새로운 단체를 만드는 것이 꼭 맞는 방법인지는 잘 모르겠다며 유보적인 입장을 표했습니다. 도미닉 팀도 솔직하게 자기는 ATP의 운영에 불만이 없고 새로운 단체에 가입할 이유는 없다며 반대하는 입장을 밝혔네요. 앤디 머리, 케빈 앤더슨 등의 선수도 마찬가지로 현재의 체제를 유지하는것이 더 좋겠다는 입장인 듯합니다.
PTPA의 결성은 상위 랭커보다도 주로 투어에 생계를 의존해야 하는 하위 랭커들의 목소리를 더 반영하고자 하는 취지가 강한 듯한데, 아무래도 상위 랭커들 사이에서는 자기들이 성공한 현 시스템에 갑작스런 변화가 생기는 것을 별로 반기지 않는 분위기가 있는것도 이해는 됩니다. 인기있는 선수일 수록 ATP와 관계가 틀어지는 것을 원하지 않을것 같기도 하구요.
ATP는 새로운 규정을 통해 다른 테니스 단체에 소속된 선수는 ATP 선수위원회의 멤버가 될 수 없도록 하고, ATP와 PTPA가 공존할 수 없다는 발언을 공개적으로 하면서 노골적인 적대 분위기를 드러냈는데요. 조코비치는 사실 부족할 것 없는 선수로 굳이 이런 귀찮은 일을 벌이지 않아도 본인 커리어에 아무 지장 없을텐데, 약소국 출신으로 나름 마이너리티의 입장을 대변하고자 하는 마인드가 있는것인지..여튼 자기 뿐 아니라 다른 동료 선수들의 권익 향상을 위해 행동하는 것은 나쁜 일은 아니겠지요.
앉아서 경기만 보는 팬 입장에서는 사실 경기장 뒤에서의 선수들의 고충은 잘 알 수 없는데, 어떤 선수들은 특히 올해와 작년 코로나 사태로 인해서 큰 어려움을 겪기도 했나봅니다. 사실 팬 입장에서야 어찌됐든 대회가 계속 열리고 선수들을 볼 수 있으면 크게 몸으로 느껴지는 것이 없어 잘 모르겠지만, 이왕이면 테니스의 저변이 넓어질 수 있도록 하위 랭커들의 복지 및 처우 개선에 힘이 실리는 것은 좋은 일인것 같군요. 하여튼 지켜볼 일입니다.